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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야기

신라의 바다 지배, 해상 실크로드의 숨은 강자

신라의 바다 지배, 해상 실크로드의 숨은 강자

 

신라의 바다 지배, 해상 실크로드의 숨은 강자

신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금관, 불국사, 삼국통일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놓치고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신라는 ‘바다를 지배한 국가’였고, 동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플레이어였습니다.

고대 동아시아의 교역은 단순히 육지 실크로드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해상 루트를 통한 국제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신라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신라의 해상 교역력과 국제 영향력, 그리고 그 숨은 주역들을 집중 조명합니다.

 

신라의 해상 교역


신라, 내륙 국가가 아니라 ‘해양 강국’이었다

지도만 보면 신라는 한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내륙적 성격이 강한 국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 울산, 감포, 포항 등 동해 연안 항구도시를 통한 동해 무역
  • 남해와 서해를 통해 당, 왜(일본), 남중국, 동남아까지 연결
  • 삼국통일 이후 통일신라 시기(7세기 후반~9세기), 해상 교역은 절정에 달함

특히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통한 내륙-해상 연결망 구축은 신라가 경제적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신라방’과 ‘신라원’ – 해외에 존재한 신라인들의 네트워크

해상 교역의 실체는 단지 배를 띄운 것이 아닙니다. 신라는 중국 당나라 각지에 ‘신라방(新羅坊)’이라는 자치촌을 건설했습니다.

  • 신라방(新羅坊): 당나라 주요 항구 도시(예: 양주, 광저우)에 위치
  • 신라원(新羅院): 사찰이나 숙박, 종교활동이 이루어진 신라인의 공동체 공간
  • 신라소(新羅所): 사무 및 외교 기능까지 수행한 신라인 조직

이는 단순한 무역 거점이 아닌, 문화·종교·외교·상업이 결합된 복합 네트워크였습니다. 신라인들은 이곳에서 불교를 전파하고, 외교 사절로 활동하고, 교역을 주도했습니다.


장보고, 바다를 장악한 해상 제국의 설계자

신라 해상 무역의 상징적 인물은 단연 **장보고(張保皐)**입니다. 그는 단순한 장수가 아니라, 동북아 해상 네트워크를 실제로 설계하고 운영한 실무자이자 전략가였습니다.

  • 9세기 중반, 청해진(지금의 완도)을 설치
  • 해적 퇴치 및 교역 안전 확보
  • 신라-당-일본 삼각 무역망 구축
  • 당나라의 고위 관직에도 임명될 정도로 국제적 영향력 보유

장보고는 청해진을 거점으로 신라인, 당인, 일본인, 아라비아 상인 등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교차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허브’를 운영했습니다.


교역 품목으로 본 신라의 경제력

신라의 해상 무역은 단순한 일방 수출입이 아니라, 가공된 고급 제품과 전략 물자의 교환이 중심이었습니다.

수출 품목:

  • 금속 공예품 (금, 은, 청동)
  • 도자기 및 기와
  • 인삼, 약재, 직물
  • 불교 경전과 문화재

수입 품목:

  • 유리 제품 (중앙아시아 및 페르시아산)
  • 향신료, 약재
  • 면직물, 비단 (중국 및 인도계)
  • 고급 무기류, 말, 서적

특히 페르시아 유리잔, 아라비아 항아리, 인도 계통의 조각 등이 신라 고분에서 출토되면서, 신라가 단지 동북아 국가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연결한 해양문명의 일부였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불교 전파도 해상 네트워크를 통해

신라 불교는 육로를 통한 전파도 있었지만, 해상을 통한 교류가 결정적이었습니다.

  • 인도와 중앙아시아에서 유입된 대승불교 사상과 예술
  • 당나라 승려들과의 교류, 불교 서적과 유물 수입
  • 신라 출신 승려의 해외 활동 (예: 혜초, 혜공 등)

신라방과 신라원에서는 불교 수행, 강론, 사리 신앙 등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졌고, 이는 신라 불교가 단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작동했음을 보여줍니다.


신라 해상 교역의 역사적 의미

신라의 해상 지배력은 단지 경제적 이익을 넘어 국가의 전략적 안보와 문화 주도권 확보에 기여했습니다.

  • 중앙집권적 국가체제 유지를 위한 재정 기반 확보
  • 국제 위상 강화: 당나라와 대등한 외교, 문화적 수출
  • 후속 국가(고려, 조선)에 해상 교역 기반 전수

신라의 해양 전략은 오늘날 한반도가 해양 중심지로 다시 주목받는 데 있어, 역사적 기반이자 선례로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신라를 흔히 ‘육상 강국’ 또는 ‘불교국가’로만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바다를 활용한 해양 경제·외교·문화의 강자였습니다.
신라의 해상 실크로드 참여는 단순한 교역을 넘어서, 국가 전략 그 자체였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장보고를 비롯한 수많은 신라인들의 바다에 대한 이해와 역량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라를 바라볼 때, 해상과 국제무역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평가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