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에 가려진 고려의 국제 무역: 아랍 상인과 고려의 드라마틱한 만남
고려 시대 하면 불교 문화나 몽골과의 항쟁을 주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고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나라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아랍 상인들**이 있었죠. 그들은 아득히 먼 서역에서 바닷길을 건너 고려의 항구에 당도했고, 이국적인 상품과 함께 새로운 문화와 지식을 전달하며 고려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은 고려 시대 **국제 교류**의 숨은 주역이었던 아랍 상인들과 고려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고려,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서 세계와 만나다
고려는 918년 건국 이후 송나라, 요나라, 금나라 등 다양한 주변국들과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교류는 이웃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실크로드의 바닷길**을 통해 멀리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고려의 문을 두드렸죠.
아랍 상인들은 **벽란도(碧瀾渡)**라는 고려의 주요 국제 무역항에 닿았습니다. 벽란도는 예성강 하구에 위치한 무역항으로, 이곳에서 고려는 다양한 나라의 상인들과 교역했으며, 그중 아랍 상인들은 특히 이국적인 존재였습니다.
아랍 세계의 지리서나 여행기에도 고려의 모습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븐 후르다드비**의 『도로와 왕국 총람』 등은 '신라' 또는 '솔라'라고 불리던 고려를 산이 많고 풍요로운 나라, 그리고 금이 많이 나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2. 아랍 상인이 가져온 것, 그리고 고려가 내어준 것
아랍 상인들은 주로 **향료, 약재, 산호, 진주, 공작 깃털, 유리 제품** 등 서역의 진귀한 물품들을 가져왔습니다. 당시 고려 귀족들에게 이런 이국적인 물품들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려는 그들에게 단연 **금, 은, 비단, 인삼, 도자기** 등을 내어주었습니다. 특히 고려의 금은 품질이 뛰어나 아랍 상인들 사이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고, **고려청자**와 인삼 또한 중요한 교역 품목이었습니다.
이러한 물품 교환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을 넘어 **문화적 교류**로 이어졌습니다. 아랍 상인들은 이슬람교와 그들의 문화, 과학 지식 등을 간접적으로 고려에 전달했습니다. 비록 이슬람이 고려 사회에 뿌리내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사상과 기술에 대한 문호를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주막'이라는 단어가 아랍어 '수마트(sumāt)'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3.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의 유래
**아랍 상인들**은 고려를 서방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은 고려를 **'까올리(Kauli)' 또는 '꼬레(Core)'** 등으로 불렀고, 이것이 서방 세계에 알려지면서 오늘날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당시 **고려**가 아시아 동쪽 끝의 고립된 왕국이 아니라, 활발한 국제 무역 네트워크에 당당히 편입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4. 고려-아랍 교류가 남긴 교훈
고려 시대 아랍 상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고려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사회였다는 점입니다. 둘째, 정부 간의 공식적인 외교 외에도, **상인들을 통한 비공식적인 교류**가 문화 전파와 정보 교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만남은 10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려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고, 오늘날 '코리아'라는 이름의 뿌리가 되는 드라마틱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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