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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야기

스러진 왕국의 그림자, 고려에 스며들다: 발해 유민의 삶과 문화적 융합

 

스러진 왕국의 그림자, 고려에 스며들다: 발해 유민의 삶과 문화적 융합

926년, '해동성국'이라 불리던 발해는 거란의 침입으로 멸망했습니다. 고향을 잃은 발해의 백성들은 고려로 망명길에 올랐고, 고려 태조 왕건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오늘은 발해 멸망 이후 고려로 유입된 발해 유민들의 삶과 그들이 고려 사회에 미친 다각적인 문화적 영향에 대해 조명해 보겠습니다.

 

 

태조왕건
태조왕건


태조 왕건의 포용 정책: 동족 의식과 북방 세력 확장의 전략

발해 멸망 소식에, 고려 태조 왕건은 발해 유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왕건은 발해를 '멸망한 형제 국가'로 인식하고, 발해 왕족과 귀족들에게 높은 관직과 토지를 하사하며 정착을 지원했습니다. 이는 고구려 계승 의식을 표방했던 고려가 발해 유민을 통해 북방 세력을 통합하고, 나아가 옛 고구려 영토를 회복하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발해의 왕자 대광현을 비롯한 많은 발해 유력자들이 고려로 귀순했으며, 왕건의 포용 정책 덕분에 이들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려 사회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고려의 백성이 되었지만, 마음속 깊이에는 고구려 부흥의 염원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고려 사회에 뿌리내린 발해 유민: 삶의 터전과 정체성 유지 노력

고려로 이주한 발해 유민들은 주로 북방 지역에 정착하여 농업에 종사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발해는 당나라의 선진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킨 국가였기에, 발해 유민들은 고려 사회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타지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려 사회의 구성원으로 융화되면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이는 그들이 남긴 일부 기록이나 유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려 문화에 스며든 발해의 흔적: 다방면에 걸친 문화적 영향

발해 유민들의 고려 유입은 단순히 인구 이동을 넘어, 고려 사회의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정치 및 외교: 발해 유민들은 활발한 대외 관계를 통해 축적한 외교적 경험과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려는 이들의 경험을 활용하여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 군사: 발해는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했던 국가였습니다. 발해 유민들 중에는 뛰어난 무장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고려의 군사력 강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문화 예술: 발해의 문화 예술은 고구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발해 유민들은 음악,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려 문화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을 것입니다.
  • 학문 및 교육: 발해의 학자들은 고려에 유학 지식을 전파하고, 고려의 학문 발전에 기여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발해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지식은 고려 학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제공했을 것입니다.

고구려 부흥 운동의 지속과 발해 유민의 역할

발해 유민들은 고려 사회에 동화되면서도,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의 후예라는 의식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의식은 고려 사회 내에서 고구려 부흥 운동의 맥을 이어가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비록 발해 부흥 운동 자체는 실패했지만, 발해 유민들이 고려에서 보여준 고구려 계승 의식은 이후 고려가 북방 영토 회복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불태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고려와 발해, 융합을 통한 새로운 역사 창조

발해 멸망 이후 고려로 유입된 발해 유민들은 고향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고려 사회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태조 왕건의 현명한 포용 정책은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왔고, 발해의 선진 문물과 문화는 고려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고려와 발해, 두 나라는 비록 다른 역사를 걸어왔지만, 고구려라는 공통의 뿌리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발해 유민들의 고려 유입은 단순한 망명을 넘어, 두 문화의 융합을 촉진하고 고려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러진 왕국의 그림자는 고려 땅에 새로운 씨앗을 뿌렸고, 이는 고려라는 더욱 풍요로운 역사적 결실로 이어졌습니다.